본문 바로가기
SCENE나는 인생

지하철에서 돈달라하는, 만화가 허영만 사칭남

by Neat Girl 2011. 9. 30.


요약
지하철에서 자신이 허영만 강풀, 천계영이라 만화가를 사칭하며 급하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30대 중반의 어떤 남자가 가끔 나타납니다. 이 사람을 주의 하시고, 적절한 법적 조치가 이루어져 피해, 혹은 불쾌감을 줄이자는 목적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지난 9월 22일 생얼로 대학로를 활개하다 전철을 타고 성남의 나의 집으로 돌아오던길,
이상하고 요상한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대학로에서 4호선을 타고 충무로역에서 3호선 하행으로 갈아탔다. 도곡에서 분당선으로 갈아탈까, 수서에서 갈아탈까 고민하며 달리고 있는데 3호선에 자리가 나지 않아 도곡에서 갈아타기로 결정! 환승경로가 수서보다 단순하기 때문에.. 3호선 끝 쯤에서 탔기 때문에 환승통로가 있는 플랫폼 가운데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환승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곳에서 코너를 도는 순간, 지저분하지만 인상은 매우 밝은 30대 중반의 남자가 나를 향해 망설임 없이 다가온다.
 
그의 인상착의에 대해 자세히 말하자면 키는 170초반의 마른 체형으로 "자유롭게"걸친 검은옷과 살짝 구부정한 자세는 약간 여성스러움을 풍기고 있었다. 탤런트 최종원 아저씨가 쓸법한 검은 군인 모자에 머리는 어깨까지 지저분하게 곱슬거리며 내려왔으며 안경넘어로 보이는 눈은 쌍커풀을 가지며 어이가 없어 당혹스러워하는 눈으로 반짝이고 있었으며 입주변엔 거뭇거뭇 수염이 충분히 자라 있었다.


그 남자는 나에게로 총총 다가와 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식객 만화가 허영만 입니다. 만화가 처음보셨죠? 제가 이따가 싸인 한장 해드릴게요"
 
라며 악수를 청한다.
글쎄..평생 본 만화책 권수를 합쳐도 손발로 다 셀 수 있을 만큼 만화에 대해 모르지만, 방금전 대학로에서 만난 언니가 식객의 완전팬이라 내가 고등학생때 "식객 신권이 나왔다. 들어오는길에 사오라"라는 부탁을 받아서인지 식객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던터..(한국에서 식객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자신있게 자신을 소개하고 불쑥내민 손이라 예의있는 지성녀인 필자는 반사적으로 그 남자와 악수를 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스스로 당황스러워 어쩔줄 모르는 말투로 자신의 용건을 이어나간다.
 
"제가 여의도 MBC 라디오 생방송이 있는데 지금여기서 가야하는데.. 매니저랑 헤어졌는데 매니저한테 지갑이 있는데 매니저가 전화도 안받고, 생방송은 30분남았고 급해서 그런데 택시비 좀 빌릴까해서요. 제가 공인이라 어디가서 부탁할 때가 없네요. 제가 오죽하면,, 일단 그림한장그려드릴게요."
 
손에들고있던 노란 포스트잇에 사인펜으로 남자얼굴 하나를 거침없이 그린다. 그아래에 070-7995-6008 이란 전화번호도 휘갈겨서 나에게 건낸다. 

 

"조금이라도 도아주시면 다음에 기회 되면 제가 꼭 사례할게요."

이 모든일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내가 그 어떤 이성적인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그 남자는 동정심에 호소했다.

그때 그 남자의 상의 가슴쪽 포켓에 "나 지갑이오" 하고 있는 검은가죽재질이 눈에 들어왔다.변변한 지갑을 가진적 없는 필자는 윗주머니에 있는게 지갑같은데, 
지갑에 뭐가들었냐며, 신분증있을터이니 보여달라고 물었지만 그남자는 아주태연하게 계속 당황스러운 연기를 이어나간다.
 
"지갑은 비어있고 제 물건을 다 매니저가 가지고 있어서요, 제에발 믿어주세요.(콧소리를 넣어서)"

도움이 필요해보이는 이 이상한 남자를 뿌리치지 못하고 일단 알았다며 도아주겠다 했다. 하지만 프리타-일용노동자-백수인 내가 무슨 돈이있겠는가!
 
"제가 현금이 없어서요..."
 
"그럼 ATM기에가서 뽑아서 빌려주세요."
 
라며 두세층 위 개찰구에 있는 ATM기로 친절히 안내한다. (참 뻔뻔하기 그지 없다.)

여기서 이미 난 식객 만화가 허영만씨의 나이가 대략 많았던걸로 기억해낸다. 느리디 느린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며 휴대전화를 꺼내 네이버앱에 "허영만"을 검색해본다. 아니나 다를까 허영만(허형만)님은 나이가 한참 많은 중년의 아저씨다. 사진을 그 남자에게 들이 밀며 말했다.     
 
"이 사람이 허영만씨잖아요."
 
그 이상한남자는 한치의 당황하는 기색 없이
 
"아 그게 사실은 이분은 제 스승님이시구요 그 믿에서 일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제발 믿어주세요호옹~"(농담아니다. 진짜 음을 위아래로 흔들며 말한다.)
 
라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벌써 ATM기 앞.
계좌 잔액조회를 해본다.

28,673원..
비루한 잔액..이거면 몇 일을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본다.
후.. 일단 아까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자.
 
ATM기 앞에서 꼼지락거리며 아까받은 번호로 세차례 전화해 보았지만 계속 통화중. 동정심에 고개를 숙였던 이성이 얼굴을 내민다. 이 남자는 아마 사기꾼일 것이다 잠정(응?이미진작에 그랬어야 하지 않은가!!) 결론을 짓고 다시 네이버앱에 "허영만 사칭"이라고 검색해 본다. 수두룩한 글이 쏟아지며 사칭남의 인상착의라고 그려놓은 일러스트를 발견!! 내 뒤에 서있는 그 남자와 똑.같.다. 100% 사기꾼임을 확인하고 돌아가서 그 남자에게 정중히-왜그랬을까..-잔액이없어서 드릴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 이상한 남자는 그럼 어쩔 수 없다며 알았다고 어디론가 쌩 가버린다.

사실 난 이런 병신같은 상황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병신같은 상황인지 100%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 옳다. 회색눈을 가진 묘하게 생겼던 도를 믿으세요 언니를 신촌에서 만나 밥먹으며 끈킨 맥을 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고. 회사정보를 자꾸 숨기는 친구의 아르바이트 소개를 수락해 다단계-그들 말로는 드림케팅-회사&숙소에서 하루를 지내다 오기도 하였고. 한동안 잠잠했는데 순탄한 일상에서 나를 깨워주는 종소리 같은 이벤트 였다고나 할까.

낄낄거리며 스스로 즐거워 하면서 분당선을 타러 내려왔다. 열차 내에도 마침 자리가 났다. 사칭남아저씨야 너만 그림그릴줄 아냐, 나도 그림그릴줄 안다! 나도 포스트잇을 꺼내 잊혀지기전에 그 남자의 인상착의를 빠르게 그려나간다. 
(아래그림)

 
집으로 돌아와 "허영만 사칭"에대해 더 찾아보니, 두세달전 글도 있고, 돈을 줬다는 분도 있고, 주로 여성을 상대로 부탁을 하며, 지하철과 그 주변에서 출몰하는데 지역이 랜덤이다.  어떤 분은 사기꾼이라며 역무원에게 신고를 했더니 피해상황이 없다며 방관했다고 한다.

곁가지 이야기 이지만,  어떤 남자가 만화가 천계영씨를 사칭했던적도 있다고 한다. 천계영씨는 여자분이시다. 천계영 사칭남을 찾아보니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남자다.
이남자다.
이남자다!!!!
내가 위에 묘사한 사람이랑 같은 내용의 기사다!

출처: 女만화가 천계영 사칭 돈 요구한 30대男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1041310504334638&outlink=1 
아무래도 만화가라는 직업이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만 얼굴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사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SCENE나는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여름] 전주한옥마을:교동떡갈비  (0) 2012.08.09
하늘을 둘러  (1) 2011.11.20
[안녕 제주] 저가항공 이용기!  (2) 2011.10.11
오늘은 운이 좋았다.  (5) 2011.09.21
알콩달콤 할아버지  (2) 2011.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