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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나는 인생

오늘은 운이 좋았다.

 Sep 20, 2011.

오랜만에 엄마와 쇼핑을 나섰다.
나는 일개 일용노동자, 좀 듣기 좋게 말하면 프리타, 폄하 하자면 백수다.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하는 마음에 엄마를 따라 나선 것이다.
엄마는 오랜만에 편한 구두를 구입하셨고,
나에겐 설렁탕이라는 콩고물이 떨어졌다. 

·

돌아다니던 중 내 시야에 들어온 한 남자.
내가 무척 좋아하는 뚜껑모자를 쓰고 어께도 떡벌어진 것이 최근에 본 그 어떤 사람보다 눈에 들어왔다.
너무 멋있어서 인지, 예전 남자친구를 닮아서인지 갑자기 몸이 얼어 붇을 지경이었다.
아마 후자일 것이다. 그런 뚜껑모자를 쓰는 사람은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안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멋있는 남자인지, 에전 남자친구인지 확실히 하지 못하고, 
어쩌면 진짜 예전남자친구일까봐 못본척하고 지나왔다.
아마 예전남자친구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그 남자 앞으로 가서 어떤 행동이라도 했으리라.

사람 취향이라는게 쉽게 바뀌진 않나 보다. 
 


 해질 무렵 자동차 뒷유리에 비친 무언가를 보았다.
'저 크리스마스 장식 아크릴 솜같은건 뭐지?'
비친 대상을 찾아 하늘로 시선을 옮겨본다. 
 
도심에 있었으면 조각만 보았을 텐데. 
고층빌딩 없는 지역에서 하늘은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다. 
(이놈의 전기줄아..)



오늘은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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